코로나19 직격탄 맞은 美 요식업계, 온라인 주문 배달과 픽업으로 돌파구 찾아 -
- 손님 없는 식당 주방 뜻하는 ‘고스트 키친’ 최근 LA 요식업계 화두로 떠올라 -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는 필자는 얼마 전 주말, 늦은 점심을 먹은 뒤 디저트로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싶어졌다. 근처에 괜찮은 음료 가게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어김없이 Yelp(미국의 대표적인 로컬 비즈니스 검색·리뷰 플랫폼) 앱을 켜고 각종 드링크 플레이스를 검색했고 곧 밀크티가 맛있어 보이는 한 가게를 발견했다. 시간을 아끼기 위해 Yelp를 통해 바로 온라인 주문을 하고, 기재된 주소로 차를 돌렸다. 분명 기재된 주소 근처에 도착했는데, 의아하게도 가게의 간판은 찾을 수가 없었다. 다시 한번 거리를 자세히 살펴보다 해당 거리 번호가 적힌 한 큰 상점을 발견했는데, 전혀 음식점이나 음료수 가게로 보이지 않는 외관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상점 내부의 반 이상이 사물함(Locker)으로 이루어진 이곳은 바로 ‘고스트 키친’의 픽업 센터였던 것이다. 해당 상점으로 들어가 카운터에서 체크인을 하니 사물함 번호를 알려줬고, 그 번호의 사물함을 열어보니 주문한 음료가 잘 포장된 채로 들어 있었다. 너무나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코로나19가 휩쓴 2020년은 수많은 산업 분야가 큰 변화를 겪은 한 해로 기록되고 있는데, 가장 큰 영향을 받은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요식업계일 것이다. 팬데믹 초기 지역별 록다운 조치로 인해 대다수의 음식점들은 영업을 중단하거나 음식 포장 및 배달의 형태로만 장사를 이어갔다. 록다운 조치가 서서히 완화되면서는 지역에 따라 식당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준수해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아웃도어 다이닝(Outdoor dining)’이 활발해지기도 했지만, 현재 이미 많은 소비자들은 음식 포장 픽업이나 배달에 더 익숙해진 상태다. 이와 같은 팬데믹과 관련된 변화들이 이번에 다룰 ‘고스트 키친’ 비즈니스 붐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음식 픽업이나 배달에 최적화된 새로운 요식업의 일종인 '고스트 키친'에 대해 함께 살펴보자.
코로나19 직격탄 맞은 美 요식업계, 이제 음식 배달과 픽업이 일상이 되다
우선 코로나19 팬데믹이 미국 요식업계에 끼친 영향부터 짚어본다. 글로벌 시장 분석 전문기관 Statista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지난 2월 24일부터 10월 14일 현재까지 레스토랑에서 외식하는 소비자(Seated restaurant diners)의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엄청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2020년 2~10월, 외식 인구 규모의 전년 동기 대비 변화 추이
자료: Statista(Year-over-year daily change in seated restaurant diners due to COVID-19 pandemic in the U.S. from February 24 to October 14, 2020)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팬데믹의 강타로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록다운 조치가 실시된 3월 중순 이후부터 얼마간은 무려 감소율 100%를 기록했다. 록다운 조치가 해제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점차 완화되기 시작했으나 지금까지도 여전히 50% 언저리의 감소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아직 외부 활동에 경계를 낮추지 않는 많은 소비자가 그동안 음식 포장 및 배달에 적응된 결과로도 분석된다. 이처럼 외식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많은 음식점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The Washington Post에 따르면 미국 내 개인 소유 레스토랑들 중 약 20~25%는 다시 영업을 재개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돼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한편, 위와 같은 외식 인구의 감소는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 분야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이상 레스토랑에 방문해 외식을 즐길 수 없는 소비자들은 그 대안으로 ‘온라인 음식 배달’ 방식을 택한 것이다. 대다수의 레스토랑들은 기존의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 등을 통한 온라인 음식 주문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Uber Eats, Grubhub, DoorDash, Postmates와 같은 온라인 음식 주문·배달 전문 플랫폼을 통한 주문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팬데믹 시대의 외식 트렌드에 맞게 적응해가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온라인 음식 배달 시장은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높은 성장률이 전망된 가운데, 향후 2025년까지는 더 큰 성장이 예상된다. Statista에 따르면, 미국 전체 요식업계 내에서 온라인 음식 배달의 점유율은 올해 기준 13%로 예상되며 2025년에는 21%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코로나19 이전 기준으로는 2020년 9%, 2025년 15%로 예측된 바 있어 팬데믹 전후의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2020~2025년 코로나19 전과 후의 미국 온라인 음식배달 점유율 예상치
자료: Statista(Change in online food delivery penetration share of the restaurant market in the United States due to the coronavirus pandemic from 2020 to 2025)
미국 요식업계의 떠오르는 화두, 고스트 키친
온라인 음식 배달 서비스의 성장에 힘입어, 최근 미국 요식업계에서 화두로 떠오른 새로운 비즈니스 형태가 있다. 바로 ‘고스트 키친(Ghost kitchen)’이다. 표면적으로는 손님 없는 식당 주방을 뜻하는 고스트 키친이란, 온라인 주문 처리에 특화된 ‘키친(주방)’만을 갖춘 요식업의 한 형태라 할 수 있다. 고스트 키친을 이해하기에 앞서, 레스토랑의 구성 요소에 대해 생각해보자. 전통적으로 레스토랑 운영을 위한 주요 구성 요소로는 식당 점포 렌트, 주방과 음식 차림을 위한 각종 집기들, 테이블과 의자, 종업원 등을 꼽을 수 있지만, 팬데믹과 맞물려 음식 배달과 포장 픽업 수요가 급증하면서 이 구성 요소들은 점점 더 유연해지고 있다. 특히 온라인 주문만을 다루는 고스트 키친에서는, 주방 이외의 다른 구성 요소는 필수가 아니다. 따라서 주방의 운영에만 집중하면 되기에 전반적인 레스토랑 운영에 있어 매우 효율적인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고스트 키친은 테크(Tech) 분야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 또한 주목할 만하다. 온라인 음식 주문 및 배달 앱들은 몇 년 전부터 미국 테크 업계의 떠오르는 블루칩으로 성장해 왔고, 이와 같은 온라인 주문 플랫폼들의 성장은 고스트 키친 탄생의 원동력이 된 것으로 LA Times는 분석하고 있다. 고스트 키친에서는 주방에서 실제로 음식을 조리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제외하고는 주문 전달부터 완료 처리까지 모두 IT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이다. 미국 테크 업계에서 고스트 키친 비즈니스 투자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고스트 키친의 음식 주문 및 픽업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소비자의 입장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Yelp와 같은 로컬 비즈니스 검색 및 리뷰 플랫폼이든, Grubhub과 같은 온라인 주문 배달 전문 플랫폼이든, 혹은 해당 고스트 키친 업체의 온라인 플랫폼이든 상관없이 소비자는 해당 음식점의 메뉴를 보고 온라인으로 주문을 넣는다. 주문 시 ‘직접 픽업’ 혹은 ‘배달’ 옵션에서 원하는 것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필자는 직접 픽업을 선택) 아래의 첫 번째 사진은 밀크티 두 잔의 주문을 마친 직후, 몇 시까지 음료가 준비될지를 보여주는 주문 확인 화면이며 픽업 장소의 주소 또한 나타나 있다. 약속된 시간에 해당 장소에 도착한 필자는 ‘온라인으로 체크인을 하라’는 안내문에 따라 주문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체크인을 했고, 두 번째 사진과 같이 음료가 준비되었다는 안내와 함께 사물함의 번호(L06)가 주어졌다.
(왼쪽)온라인 주문 플랫폼의 주문 확인 화면, (오른쪽)준비 상태와 사물함 번호가 나타난 체크인 화면
자료: KOTRA 로스앤젤레스무역관 직접 캡처
점포 안으로 들어가 배정된 6번 사물함을 열자, 아래 사진과 같이 깔끔하게 쇼핑백에 포장된 밀크티 두 잔이 기다리고 있었다. 실제로 해당 점포에는 온라인 음식 배달 전문 플랫폼의 여러 배달 기사들이 분주히 사물함에서 준비된 음식을 꺼내 가고 있었고, 필자와 같이 개별적인 주문을 픽업하러 온 사람들도 여럿 목격할 수 있었다. 점포의 외부에는 픽업하는 사람들이 많이 몰릴 경우 사용되는 대기 라인이 있었고, 경우에 따라 점포 내부의 카운터에서 직접 주문할 수 있는 출입구 또한 따로 마련되어 있었다. ‘사물함’이 음식 픽업을 위해 사용되는 경우는 처음 접한 만큼, 이 모든 것이 필자에게는 정말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왼쪽) 배정된 사물함 속 준비된 음료의 모습, (오른쪽) 고스트 키친 픽업센터(Mel Rose Food Co) 외부의 모습
자료: KOTRA 로스앤젤레스무역관 직접 촬영
시사점
필자의 고스트 키친을 통한 주문과 픽업 경험은 정말 매력적이었으며, 이 새로운 방식은 특히 위드 코로나19 시대에 매우 적합하고 효율적인 외식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몇 가지 단점과 숙제 또한 눈에 띈다. 해당 픽업 센터 직원과의 간략한 인터뷰에 따르면, 때때로 너무 많은 주문이 접수되면 준비된 음식을 보관할 사물함이 부족한 경우도 있으며 배달 플랫폼의 여러 기사들이 동시에 몰릴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가 잘 지켜지지 않을 때도 있다. 이러한 이슈들은 앞으로 고스트 키친 비즈니스들이 점차 해결하고 보완해나가야 할 과제로 보인다.
LA Times에 따르면, 미국 내에서도 특히 로스앤젤레스는 고스트 키친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급부상하는 지역 중 하나다. 뉴욕 또한 그 중 하나이다. 필자가 방문한 Mel Rose Food Co와 같이, 번화한 상업지구나 한적한 주택지구 등 장소에 상관없이 작은 주방 공간들을 마련하고 다양한 식음료 브랜드를 동시에 보유하며 고스트 키친을 운영하는 기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또한, 레스토랑 사업자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기존의 주방을 새로운 ‘온라인 주문 배달 및 픽업 전용’ 레스토랑으로 탈바꿈하도록 돕는 컨설팅 스타트업 기업들도 목격할 수 있다. 앞으로 팬데믹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는 한, 이와 같은 고스트 키친 비즈니스에 대한 관심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수의 한인 인구를 자랑하는 로스앤젤레스에는 한식당 등 요식업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특히 많이 있으며, 이번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기업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위에서 살펴본 고스트 키친과 같은 요식업 형태는 관련 업계의 우리 기업들도 새롭게 접근해볼 수 있는 비즈니스 방식이 될 수 있으며, 미국 요식업계에 진출하려는 한국의 기업들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는 흥미로운 주제라 판단된다.
자료: Statista, LA Times, The Washington Post, Roaming Hunger, 그 외 KOTRA 로스앤젤레스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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