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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연말연시, 일본 소비자는 무엇을 살까?

삼국지천하 2020. 12. 2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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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문 결과, 일본인 68% 귀성하지 않고, 88% 집에서 보낼 계획 -
- 홈코노미 활성화로 식품, 가전제품 호조 예상 

 

 

 

최근 일본에서는 하루에 확진자가 2000명이 넘게 나올 정도로 코로나19의 감염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이로 인해 송년 모임, 이벤트 등이 크게 줄어들었으며, 가게의 단축 영업을 실시하는 지역도 많아져서 차분한 연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본래는 고향에 내려가거나 국내외 여행을 즐기던 연말연시 연휴임에도 올해에는 집에서만 보내겠다는 사람들이 약 90%에 달했다. 이에, 코로나19와 함께하는 연말연시에는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소비 트렌드를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달라진 연말연시

 

일본의 여행 정보 사이트인 워커플러스가 2020년 11월 초에 20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복수응답 가능)에 의하면, 12월 31일 밤을 집에서 보낼 것이라는 답변 비율은 88%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반면에 카운트다운 이벤트나 국내외 여행에 가겠다고 한 사람들은 각각 3% 및 5%에 불과했다. 또한 송년 혹은 신년 모임을 하지 않겠다는 응답도 53%로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모임에 참가할 예정인 사람들도 방역 지침을 준수하는 음식점에서 5명 이하의 소수 인원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2019년 시부야에서 진행된 카운트다운 이벤트


자료: 산케이신문


또한 해당 설문조사에서 68%의 답변자들이 이번 연말연시 연휴*에 고향에 내려가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이는 고향에 가는 비율(32%) 대비 2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귀성을 하지 않는 이유로는 ‘코로나19 때문에 가족들에게 폐를 끼치거나 걱정시키기 싫어서’(38%),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것이 무서워서’(17%) 등 코로나19에 관련된 것이 많았다.
    주*: 일본은 신정을 쇠기 때문에 1월 1일을 중심으로 전후 2~3일간을 ‘연말연시 연휴’라고 부르며 기업의 재량에 따라 휴무를 함. 올해는 2020년 12월 29일부터 2021년 1월 3일까지 쉬는 사람들이 많음.

 

일본의 소비 동향은 어떻게 변할까?
 
이처럼 일본 사람들이 연말연시를 보내는 방법이 평소와 달라지면서 소비 트렌드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JCB 신용카드의 결제금액을 기반으로 해 빅데이터 기업인 나우캐스트가 실시한 조사에 의하면, 1일 확진자 수가 500명 전후였던 9월에는 여행이나 이동과 관련된 소비가 일시적으로 회복세를 보였다. 그러나 10월 후반부터 코로나19의 상황이 다시 악화되면서 사람들의 지갑은 닫히기 시작했으며, 1일 확진자 수가 1000명 이상이 된 11월 전반에는 소비 지수가 전년 동기 대비 5.1% 감소했다.

 

2020년 소비 지수의 증감률 추이


자료: 나우캐스트, JCB


한편 11월 전반에도 영상 콘텐츠나 슈퍼마켓은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이에 대해 나우캐스트의 츠지나카 히토시 사장은 “코로나19가 1차로 유행했던 시기인 4~5월처럼 ‘집콕 소비’가 다시 등장했다”라고 진단한다. 이어서 츠지나카 사장은 “하지만 이번 집콕 소비의 효과는 예전처럼 강력하지는 않으며 정부의 소비 진작 정책도 약화되었기 때문에 소비가 전반적으로 침체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집에서라도 ‘작은 사치’를 즐기자

 

그러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비즈니스의 기회는 존재한다. 일본경제신문은 12월에 상여금(보너스)을 지급하는 일본 기업들이 많은데다가 집에서 연휴를 보내게 된 사람들이 보상심리로 소비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한다. 나우캐스트의 츠지나카 사장도 “그나마 돈이 풀리는 연말에 기업들의 판촉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나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식품 분야이다. 디저트 전문점인 후지야의 경우 10~12월 중에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예약 수량은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20%가량 증가했다. KOTRA 나고야 무역관과의 인터뷰에서 후지야의 영업 담당자 H씨는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이 평년보다 잘 팔리고 있다”라며, “크리스마스를 집에서 보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호화스러운 케이크로라도 기분을 내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찾는 이가 많아지면서 케이크를 장식하는 데에 쓰는 딸기의 가격도 전년대비 2~3배 비싸졌다.

 

후지야의 프리미엄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모습


자료: 후지야 홈페이지

 

케이크 외에도 일본인들이 크리스마스에 즐겨먹는 치킨이나 와인 그리고 송년회에 어울리는 술이나 안주류도 판매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식품 대기업인 이토햄에 의하면 유명 음식점이나 셰프가 감수한 일식 반찬 세트, 햄버거, 로스트비프 등이 호조를 보이며, 특히 11월의 매출액은 2019년의 같은 달과 비교했을 때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백화점,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판매 비중이 많았다면 올해는 인터넷 등 비대면 방식을 이용한 주문량이 대폭 늘어난 것도 특징적이다.

 

이토햄의 로스트비프를 이용한 파티 요리


자료: 이토햄 홈페이지

 

일본의 대표 명절 음식 ‘오세치 요리’의 변신

 

가장 큰 변화가 눈에 띄는 것은 ‘오세치 요리’이다. 오세치 요리는 채소나 해산물을 섬세하게 모양을 내서 찬합에 담은 뒤 신년의 행복과 번영을 기원하며 가족들과 나눠먹는 명절 음식이다. 일본에서는 매년 연말이 되면 백화점, 레스토랑, 호텔 등에서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오세치 요리를 선보인다. 올해는 그 인기가 더더욱 높아져서 미츠코시이세탄, 타카시마야 등 일본 내 주요 백화점의 오세치 요리 매출액이 지난해 대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호텔에서 예약판매하는 고급 오세치 요리


주: 5~6인용이며 가격은 10만 8000엔
자료: 뉴오타니 호텔

 

이는 앞서 기술한 크리스마스 케이크와 마찬가지로 평소보다 높은 가격대(10만 엔 이상)의 제품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결과이다. 또한 오세치 요리를 여러 개 주문해서 흩어져 사는 가족들에게 선물로 보내고자 하는 수요도 생겨났다. 이처럼 연말연시에 고향에 가지 않는 사람들은 1인용 오세치 요리를 예약하기도 했다. 마츠자카야 백화점의 판매 담당자 S씨는 “1인용 제품은 혼자서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이 먹기에도 좋지만, 가족들끼리 식사를 하는 경우에도 감염 리스크를 낮출 수 있어서 선호된다”라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이나 슈퍼에서도 발 빠르게 6000~7000엔대의 1인용 오세치 요리를 출시했다.


편의점에서 파는 1인용 오세치 요리


자료: 세븐일레븐 재팬


또한 코로나19를 계기로 소비자들의 건강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오세치 요리의 라인업이 더욱 다양해진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타카시마야는 ‘비건 오세치’(2만 엔)와 ‘저탄수화물 저당질 오세치’(9200엔) 제품을 출시했으며, 이온도 ‘저당질 오세치’(1만2000엔)와 ‘조미료, 염분, 당질이 적은 오세치’(1만2500엔)를 선보였다.

 

홈코노미의 성장을 이끄는 가전제품

 

집에서 가족들과 보다 즐겁고 쾌적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가전제품을 새로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다. 가전제품 정보 사이트인 BCN의 조사에 의하면 일본의 주요 전자제품 전문점에서 11월 기준 OLED TV의 판매 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1배로 증가했다. 특히 55인치 이상의 대형 제품이 잘 나가고 있는데, 이는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넷플릭스 등 OTT 사이트의 영상을 가족과 함께 큰 화면으로 보고 싶다는 니즈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2020년 상반기에 닌텐도 스위치가 신드롬적인 인기를 얻은 데에 이어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SIE)에서 11월 12일에 발매한 플레이스테이션5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게임 정보지 화미츠에 의하면 플레이스테이션 5는 출시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11월 말에 이미 20만 대가 판매됐다고 한다. 한정 수량으로 출시된 플레이스테이션 5가 구하기 어렵게 되자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서는 이전 버전인 플레이스테이션 4가 정가의 1.1배에 달하는 가격에 팔리기도 했다.


플레이스테이션 5의 모습


자료: Business Insider


또한 집 안 공기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습기와 공기청정기도 연말연시 ‘집콕’의 필수 아이템이 됐다. 가전제품 전문 판매점인 빅카메라의 11월 기준 가습기 및 공기청정기 판매금액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껑충 뛰었으며, 연말까지도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전제품 메이커인 다이니치공업의 경우 9~10월 가습기 판매 실적이 2019년 대비 2.8배 증가되면서 연말에 증산을 발표하기도 했다.

 

시사점

 

춥고 건조한 겨울을 맞이해 코로나19의 전파력이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일본에서 백신의 승인 절차가 본격화됐다고는 하나 실제 접종을 하기 시작하는 것은 2021년 봄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소비 침체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소비를 하는 방식은 집콕 소비, 비대면 소비 등으로 다소 달라지더라도 연말연시의 기분을 만끽하고자 하는 심리는 여전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워커플러스의 설문조사에서 약 70%의 사람들이 신년의 행운을 기원하기 위해 신사에서 참배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그중 이세 신궁 등 전국적으로 유명한 신사로 나들이를 갈 계획인 사람들의 비율도 12%나 된다. 일본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우리 기업들은 이러한 니즈를 재빨리 파악해서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자료: 워커플러스, 일본경제신문, 주간 다이아몬드, 각사 홈페이지 및 KOTRA 나고야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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